경제 1% 성장했는데 가계 소비는 뒷걸음…정부·설비투자가 채운 0.7%p

김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7 09: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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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민간소비 -0.2%·정부소비 +1.9%…성장 주체 엇갈려
정부소비·설비투자 성장기여도 합계 0.7%p…반도체 투자 집중
실질 국내총소득 18.8% 증가에도 10월 소비심리는 1.2p 하락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1.0% 증가했지만 민간소비는 0.2% 감소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3분기 1.0% 성장했지만 가계는 오히려 지출을 줄였다. 정부소비와 설비투자가 성장률의 0.7%포인트를 떠받치는 동안 민간소비는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반도체 중심의 생산·투자 확대가 가계 소비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경기 회복의 새로운 관건으로 떠올랐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보다 1.0% 성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4%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예상한 3분기 성장률 0.3%를 0.7%포인트 웃도는 실적이다.

성장률 자체는 예상보다 높았지만 누가 성장을 이끌었는지 살펴보면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3분기 정부소비는 전분기보다 1.9% 증가해 전체 성장률을 0.3%포인트 높였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을 중심으로 4.1% 늘면서 성장률에 0.4%포인트 기여했다.

두 부문의 성장기여도를 합치면 0.7%포인트다. 전체 성장률 1.0%의 상당 부분을 정부 지출과 기업의 설비투자가 만들어낸 셈이다.

반면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2% 감소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 역시 마이너스 0.2%포인트였다.

승용차와 가전제품 등 재화 소비가 줄었고 금융과 음식 등 서비스 소비도 감소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기업이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동안 가계는 소비를 줄인 것이다.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로 집계됐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 0.1%포인트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내수 기여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가계 소비가 회복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국민계정에서 내수에는 민간소비뿐 아니라 정부소비와 건설·설비투자 등이 포함된다.

이번 내수 성장의 중심은 가계 지출이 아니라 설비투자와 정부소비였다.

반도체 호황도 이러한 구조를 설명한다.

3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2.3%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도 컴퓨터·전자·광학기기와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2.0% 늘었다.

반도체 수요 확대가 생산과 수출, 관련 설비투자를 동시에 자극한 것이다.

다만 수출 증가가 국내총생산에 기여하는 정도는 수입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3분기 수입은 원유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 반입 증가 등으로 2.4% 늘었다. 이에 따라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1%포인트에 그쳤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동시에 늘어도 수입 장비와 원자재에 대한 지출이 커지면 순수출이 전체 성장률에 기여하는 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별 경기전망에서도 비슷한 온도 차가 나타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25일 발표한 제조업 전문가 조사에서 11월 반도체 업황 전망지수(PSI)는 159로 기준치 100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휴대전화는 53, 자동차는 93, 화학은 89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반도체의 강한 성장 기대가 모든 제조업종으로 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신호다.

다만 산업연구원의 전망지수는 전문가의 업황 예상이며, 한국은행 GDP 통계처럼 실제 생산이나 부가가치 증가율을 측정한 수치는 아니다.

소비 부문의 흐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함께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5.4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지수는 장기평균을 나타내는 100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의 경제성장률 상승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3분기 민간소비 감소는 이미 확인된 경제활동 실적이고,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그 이후의 가계 인식을 보여준다. 두 지표의 조사 시점과 성격은 구분해야 한다.

국민소득 지표에서도 가계 소비와의 차이가 나타났다.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동기보다 18.8% 늘었다. 1977년 4분기 이후 약 49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실질 국내총소득은 국내 생산활동으로 발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증가율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실질 국내총소득이 급증했다고 해서 가계의 근로소득이나 소비 여력이 같은 비율로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기업의 수출 수익과 국민경제 전체의 구매력 개선이 임금과 가계소득으로 얼마나 이전됐는지 판단하려면 별도의 소득분배와 고용 지표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 경제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생산과 기업투자가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가계 소비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적 파급도 업종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반도체와 관련 장비·소재기업은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소비 비중이 높은 유통과 서비스업은 가계 지출이 얼마나 회복되는지가 실적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된다.

정부소비 확대 역시 경제활동을 뒷받침하지만 민간소비를 지속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정부 지출과 특정 산업의 설비투자가 성장률을 높이는 동안 가계 소비가 계속 부진하면 경기 회복의 폭이 일부 부문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에는 반도체 중심의 투자 확대가 다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매출, 고용과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오는 30일 발표되는 9월 산업활동동향은 이러한 흐름을 점검할 다음 자료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 지표가 실제 경기 회복의 폭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1.0% 성장률은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성장이 가계의 소비 회복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투자가 만들어낸 성장의 온기가 민간소비와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확산하느냐가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판단할 핵심 기준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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