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 450억달러 투자, 상무부·재무부 이중 문턱…연말 세액공제 시한

김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11-04 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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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다임, 8월 말부터 美 상무부와 10차례 가까이 협의…다롄 장비 반입 승인 보류
생산능력 확대·기술 고도화 불허 방침 유지…2027년 기존 공장 운영장비는 별도 협상
美 재무부 투자규제 예외 판단도 대기…연말 투자세액공제 착공 요건이 추가 변수
▲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코도바에 위치한 솔리다임 글로벌 본사. 솔리다임은 미국 뉴욕주 신규 낸드플래시 생산시설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솔리다임]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사업 계열사 솔리다임이 450억달러 규모의 미국 신규 공장 투자를 협의하고 있지만 중국 다롄공장의 장비 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 상무부와 10차례 가까이 협의했음에도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고도화에 대한 규제 입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의 대중국 투자규제 예외 판단과 연말 투자세액공제 적용 시한까지 맞물리면서 신규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 결정에 복수의 정책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과 미국 상무부, 재무부 및 연방세법 자료를 종합하면 솔리다임 경영진은 지난 8월 말 이후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과 약 10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로이터는 3일(현지시간) 복수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솔리다임이 미국 뉴욕주 마시(Marcy)에 낸드플래시 공장 2곳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기 투자 구상은 약 450억달러이며 장기적으로 최대 1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투자 규모와 공장 건설은 확정되지 않았다. 솔리다임도 세계 여러 지역의 낸드 생산시설 건설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보도에서 새롭게 확인된 부분은 실제 협상의 진행 상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솔리다임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리처드 친을 비롯한 경영진은 지난 8월 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을 만났다.

당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에 관심을 보였으며 양측은 이후 장비 수출허가 신청서를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협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주 열린 회의에서도 케슬러 차관은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거나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상무부가 다롄공장 장비 반입 신청을 공식 거부한 것은 아니다. 현재는 승인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장비 반입 허가가 중요한 이유는 중국 기존 공장의 생산활동과 미국 신규 공장 투자재원 확보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솔리다임이 다롄공장의 생산량 확대와 첨단 낸드 생산을 통해 확보하는 수익을 미국 신규 공장 건설에 활용하려는 구상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동안 중국 기존 생산시설의 현금 창출력을 활용해 투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조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해 8월 중국 내 외국계 반도체 공장에 적용하던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제도상 예외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기존 공장 운영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도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BIS는 당시 공식 발표에서 "BIS does not intend to grant licenses to expand capacity or upgrade technology at fabs in China"라고 명시했다.

중국 반도체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거나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수출허가를 발급할 계획이 없다는 의미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다롄공장의 잔여 클린룸 공간에 장비를 설치하는 것이 새로운 생산능력 확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장 내 모듈B 생산시설은 2023년 완공됐지만 장비 설치를 마치지 못했다. 회사 측은 기존 시설에 대한 장비 설치가 미국 당국과의 협의 및 승인 아래 이뤄지고 있으며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 당국이 이 장비 반입을 기존 시설의 운영을 위한 투자로 판단할지, 사실상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고도화로 볼지가 핵심 쟁점이다.

여기에 별도의 수출허가 문제도 남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미국 상무부는 2027년 다롄공장의 기존 운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장비 수출허가도 별도로 협의하고 있다.

이는 잔여 클린룸 공간에 장비를 추가 설치하는 문제와는 구분된다.

기존 공장의 가동을 유지하기 위한 장비 반입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장비 반입은 미국 정부의 허가 기준이 다르다. 따라서 2027년 운영장비 수출허가가 이뤄지더라도 신규 장비 설치가 자동으로 승인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장비 반입이 승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기존 공장의 모든 운영장비 수출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신규 투자 구상에는 상무부뿐 아니라 재무부의 판단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솔리다임 관계자들이 미국 재무부와도 접촉했으며, 중국 생산시설에 필요한 장비 구매와 관련한 대중국 투자규제 예외 문제가 협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무부는 상무부의 수출허가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대외투자 안보규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특정 첨단산업에 대한 미국인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제도다.

미국 재무부의 관련 규정에는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특정 거래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다만 재무부는 이러한 예외 인정이 제한적인 경우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솔리다임의 구체적인 장비 구매 및 투자 구조가 규정상 어떤 거래에 해당하는지, 실제로 어떤 범위의 예외 인정이 필요한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다만 로이터 보도대로 재무부가 상무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면 중국 공장 관련 투자 문제는 두 부처의 판단이 연결된 구조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신규 공장 투자에는 시간적인 변수까지 등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뉴욕주 오네이다카운티의 앤서니 피센테 행정책임자는 연방 투자세액공제의 연말 시한을 언급하며 향후 수주 내 협상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세법 제48D조는 적격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에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2025년 세법 개정에 따라 2026년 이후 가동에 들어가는 적격 자산에 적용되는 기본 공제율은 35%다. 다만 모든 공장 건설비가 아니라 법에서 정한 적격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특히 현행법상 2026년 12월 31일 이후 공사가 시작되는 적격 자산에는 해당 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세법상 공사 개시 여부는 실제 건설공사의 착수 또는 관련 규정이 인정하는 투자·공사 진행 요건 등에 따라 판단한다. 따라서 기공식 개최 여부만으로 세액공제 자격을 단정할 수는 없다.

솔리다임이 검토하는 뉴욕주 신규 공장은 아직 최종 투자 결정과 착공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해당 공장이 연말까지 공사 개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실제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보 가능한 공제액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말까지 적용해야 하는 법적 요건이 존재한다는 점은 투자 협상에서 고려해야 할 추가 변수다.

투자재원 조달 방식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3일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미국 신규 생산시설 확보 필요성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기존 IPO 검토는 외부 자본을 확보해 모회사의 투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상장 검토 중단 이후 SK하이닉스는 직접 투자와 대체 자금조달 방안 등을 계속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 공장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중국 기존 생산시설의 현금 창출과 외부 조달, 모회사 자금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기술 이전을 제한하면서 미국 내 신규 공장 투자는 확대하려는 정책적 방향 역시 협상의 변수다.

로이터는 미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릴런드 밀러 위원이 "Ultimately, none of this is going to go forward without a green light from the White House"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 백악관의 승인 또는 지지 없이는 이 투자 구상이 추진되기 어렵다는 견해다. 다만 이는 밀러 위원의 평가로, 백악관이 별도의 공식 승인 절차를 새로 발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솔리다임의 미국 신규 공장 투자는 투자금액 자체보다 중국 기존 생산시설과 미국 신규 생산시설을 연결하는 사업 구조를 얼마나 구체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상무부의 다롄공장 장비 반입 판단, 2027년 기존 공장 운영장비 허가, 재무부의 관련 투자규제 예외 판단, 미국 투자세액공제 적용 요건이 각각 다른 단계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장비 수출허가가 확정되거나 미국 신규 공장 투자계획이 승인된 것은 아니다.

중국 기존 공장에 대한 규제 판단과 미국 신규 공장 투자 시점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솔리다임의 450억달러 투자 구상은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향후 실제 투자 결정과 자금조달 방식, 공사 개시 요건 충족 여부가 글로벌 낸드 생산거점 확대의 핵심 판단 기준가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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