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이터센터 발전설비 올해 1조5831억 수주
2028년 엔진·2029년 SMR 생산기반 순차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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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중공업[HD현대] |
HD현대중공업(이상균 대표이사)이 조선에서 쌓은 엔진·대형 구조물 제작 능력을 육상 전력시장으로 옮긴다. 이미 수주가 발생한 AI 데이터센터용 발전엔진에는 생산능력을 먼저 늘리고, 중장기 시장인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전용 제작공장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 1조722억원 투자의 핵심은 조선소 제조능력을 새로운 전력 인프라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HD현대중공업과 울산시는 22일 발전엔진·SMR 공장 신설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울산시는 인허가 단축과 규제 완화 등을 지원한다. 두 시설은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투자계획 자체는 지난 10일 이미 공시됐다. 전체 투자금 가운데 8336억원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연산 3GW 규모 힘센엔진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 들어간다. 약 21만5000㎡ 부지에 엔진 조립·시운전, 크랭크샤프트 가공, 엔진 블록 주조 시설을 갖추고 2028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투자가 먼저가 아니라 수주가 생산능력 확대를 끌어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미국 아페리온에너지그룹과 684MW, 6271억원 규모 데이터센터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8월에는 코반에너지그룹과 1000MW, 9560억원 규모 계약을 따냈다. 올해 확인된 미국 데이터센터 관련 발전설비 수주만 1조5831억원이다.
힘센엔진은 선박용 발전엔진에서 출발했지만 수요처가 육상으로 넓어지고 있다. 글로벌 선박용 발전엔진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한 제작 경험을 AI 데이터센터와 산업용 발전시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온산 신공장이 완공되면 HD현대는 육상 발전엔진 생산능력을 연간 4GW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선박용까지 포함한 전체 힘센엔진 생산능력은 기존 약 3GW에서 향후 7.2GW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MR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아직 발전엔진처럼 대규모 반복 수주가 쌓인 시장은 아니지만 생산시설을 먼저 확보한다.
HD현대중공업은 2386억원을 들여 울산조선소 안에 SMR 주기기 제작 전용공장을 짓는다. 2029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다. 기존 조선소가 보유한 대형 구조물 가공·용접·품질관리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신사업 공장을 외부에 세우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사업 기반은 이미 미국 테라파워와 만들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고 2024년에는 미국 와이오밍주에 설치될 345MW급 나트륨 원자로의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지난 5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테라파워와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인 RES(원자로 핵심설비)의 제작·공급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아직 SMR 대량생산 단계는 아니지만 개발사 투자에서 핵심 설비 수주, 전용공장 건설로 사업 단계가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발전엔진과 SMR은 시장의 시간표가 다르다. 발전엔진은 데이터센터 전력망 연결 지연과 가스터빈 공급 부족 속에서 당장 필요한 전원을 겨냥한다. 반면 SMR은 상용화와 인허가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향후 시장 확대에 앞서 공급망에 자리를 잡는 투자다.
HD현대중공업이 두 공장을 동시에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선에서 확보한 엔진과 대형 구조물 제작기술을 하나는 현재의 전력 부족에, 다른 하나는 차세대 원전시장에 투입하는 것이다.
결국 1조722억원 투자의 성패는 공장 규모보다 기존 조선 기술을 육상 전력 매출로 얼마나 빠르게 바꾸느냐에 달렸다. 발전엔진은 이미 수주가 증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2029년 문을 열 SMR 전용공장이 실제 반복 수주까지 이어진다면 HD현대중공업의 사업영역은 선박 제조에서 전력 인프라 제작으로 한 단계 넓어지게 된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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