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문화산책] 자작나무가 푸른 숲이 되기까지…김연화의 '숲의 온도'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11-04 18: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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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폴스페이스갤러리서 10일 개막…색채와 겹침으로 풀어낸 자연의 기억
▲ 자작나무이야기_그 여자의 숲 30M 90.9 x 60.6cm Mixed media 2023. [작가]

 

김연화의 숲에는 나무보다 색이 먼저 들어온다.

하얀 자작나무 줄기 대신 푸른 잎과 그림자가 화면을 채운다. 나무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지 않고, 짙고 옅은 푸른색이 겹치는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는 숲의 풍경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붓질과 색의 흔적이 보인다.

인천 폴스페이스갤러리는 오는 10일부터 김연화 작가의 초대전 '숲의 온도'를 연다. 35차례 개인전을 이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오랫동안 그려온 자작나무를 색과 선, 면으로 다시 구성한다. 구체적인 나무의 모습에서 출발해 자연을 바라보며 쌓아온 감각과 기억을 화면에 담았다.

▲ 김연화, 50M, 자작나무이야기, The Sound of a forest , 2019.[작가]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것은 자작나무의 변화다.

김연화는 오랫동안 하얀 줄기가 뚜렷한 자작나무를 그려왔다. 수직으로 뻗은 나무들이 화면의 중심을 잡고, 그 사이로 푸른색이 흐른다. 그러나 최근 작업에서는 나무의 윤곽이 흐려지고 색채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2023년작 '자작나무이야기_그 여자의 숲'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흰 바탕 위에 푸른 나무들이 무리 지어 서 있다. 나무 아래로 번진 짙은 색은 물에 비친 그림자처럼 보이지만 정확한 경계를 갖지 않는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옅은 흰색의 흐름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거리를 만든다.

나무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대신 숲에서 느낀 빛과 움직임을 남긴 것이다.

이러한 표현에는 작가가 오랫동안 관찰해 온 푸른빛이 자리한다. 김연화는 해가 뜨고 지는 짧은 순간의 빛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색의 변화를 살펴왔다. 깊고 선명한 파랑에서 희미하게 번지는 푸른색까지, 같은 색도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회화로 옮겼다.

▲ 서양화가 김연화. [작가]

 

김연화에게 푸른색은 단순히 숲을 묘사하는 색이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는 방법이다.

화면을 만드는 방식도 달라졌다. 작가는 색을 여러 차례 겹쳐 올리고 선과 면의 경계를 흐린다. 자작나무의 수직적인 형태가 남아 있는 작품에서는 흰 줄기가 화면의 균형을 잡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색채의 움직임이 나무의 형상을 대신한다.

구상과 추상이 한 화면에서 만나는 지점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자연을 완전히 추상으로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 모습이 사라져도 숲을 바라본 경험은 남는다. 푸른색 사이로 드러나는 빈 공간과 겹쳐진 붓질은 실제 풍경보다 작가가 기억하는 숲에 가깝다.

김연화가 자작나무를 오랫동안 그려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나무에서 인내를, 서로 다른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는 모습에서 공존의 의미를 읽는다. 미술평론가 안현정 역시 김연화의 자작나무 연작을 삶의 서사가 담긴 회화로 해석하며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표현에 주목했다.

전시 제목 '숲의 온도'는 이러한 작업의 변화를 압축한다.

온도계로 측정하는 숲의 기온이 아니다. 짙은 파랑이 만드는 차가운 공기, 옅은 색 사이로 번지는 빛, 여러 나무가 겹치며 만들어내는 깊이가 화면의 온도를 결정한다.

작가는 나무를 그리지만 관람객이 마주하는 것은 저마다 다른 숲이다. 누군가는 고요한 겨울을 보고, 누군가는 오래전 지나온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같은 나무를 그려도 같은 숲이 되지 않는 이유다.

김연화의 그림에서 자작나무는 여전히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작가는 나무의 형태를 붙잡기보다 그 사이를 흐르는 색과 시간을 그린다. 숲의 모습은 흐려져도 그곳에서 느낀 감각은 화면에 남는다.

김연화 초대전 '숲의 온도'는 12월 11일까지 인천 계양구 금곡로 4 폴스페이스갤러리에서 이어진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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