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감독규정도 감경 근거…과태료 제척기간 별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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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원회 [토요경제] |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은행권 과징금이 추가로 낮아질 전망이다. 감경 논의의 핵심은 은행의 책임을 덜어주는 데 있지 않다. 금융당국이 법 시행 당시 제시한 감독 원칙과 피해배상 노력, 위반행위의 경중을 제재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KB국민은행(이환주)·신한은행(정상혁)·하나은행(이호성)·NH농협은행(강태영)·SC제일은행(이광희) 등 5개 은행의 홍콩 ELS 관련 과징금을 3000억원대 후반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재산정한 약 6000억원보다 30%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금융위는 11월 3일 안건검토소위원회를 거쳐 4일 정례회의에서 최종 의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과징금과 과태료를 포함한 제재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감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당시의 감독 방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는 2021년 5월 26일 금소법 시행 초기 6개월 동안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 위반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제재보다 계도에 중점을 두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의결했다. 적용 기간은 같은 해 3월 25일부터 9월 24일까지였다.
금융회사가 새로운 법률과 감독체계에 적응하도록 일정 기간 규제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부여한 조치였다.
은행권이 해당 기간 ELS 판매분을 과징금 산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실제 금융당국도 계도기간의 취지를 고려해 일부 판매분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시 비조치의견서는 모든 위반행위의 면책을 보장하지 않았다. 고의나 중과실이 있거나 중대한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경우 등은 예외로 규정했다. 따라서 계도기간 판매분이라도 위반행위의 성격과 피해 발생 경위를 구분해야 한다.
그럼에도 감독당국이 사전에 제시한 원칙을 제재 단계에서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법 집행의 신뢰는 제재의 강도뿐 아니라 예측 가능성에서도 나오기 때문이다.
과징금 산정체계가 바뀐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19일 금융소비자보호 감독규정을 개정해 과징금 부과기준을 구체화했다.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세분화하고 부과기준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종전 검사·제재규정은 위반 중대성에 따라 기본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50%, 75%, 100%의 세 단계로 구분했다. 개정 감독규정은 이를 보다 세밀하게 나눠 위반 정도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금융회사가 소비자 피해를 적극적으로 배상하거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경우 감경할 수 있는 근거도 명문화했다. 사후 피해 회복 노력에 대해서는 기본과징금의 50% 또는 배상금액 이내에서 감액할 수 있도록 했다. 복수의 감경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기본과징금의 최대 75%까지로 제한했다.
이는 금융회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제도가 아니라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와 소비자 피해 회복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앞서 은행들의 자율배상과 재발 방지 노력을 고려해 제재 수위를 조정했다. 지난 6월에는 위반행위의 동기와 방법에 대한 중대성 평가를 낮추면서 과징금 부과기준율 자체를 재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약 4조원까지 산정됐던 과징금이 약 2조원, 1조4000억원을 거쳐 6000억원 수준으로 내려온 배경이다. 다만 이들 금액은 심의 과정에서 산정된 수치로, 이미 확정해 부과한 과징금을 사후에 취소한 것은 아니다.
이번 추가 조정에서는 과태료의 법정 제척기간도 별도로 검토되고 있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19조는 원칙적으로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이 지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일부 위반행위에 해당 기간이 적용된다면 이를 과태료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는 과징금 감경과는 구분되는 법적 문제다.
금융위가 제재안을 거듭 검토하는 배경에는 법적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금감원이 제출한 제재안에 대해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 법리의 보완을 공식 요청했다. 금소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과징금이 적용되는 사안인 만큼 개별 판매행위의 위법성과 산정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과징금 규모가 크더라도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면 향후 행정소송 과정에서 제재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확정된 제재는 금융회사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간 이어진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과징금 감경이 홍콩 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 검사에서는 판매정책과 내부통제, 개별 판매 과정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금융위 역시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계기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체계를 개선해 왔다.
결국 이번 제재의 합리성은 감경 규모 자체보다 산정 기준의 일관성에 달려 있다. 계도기간 적용 범위와 위반행위의 중대성, 자율배상 실적을 객관적으로 반영했는지가 중요하다.
금융위가 최종 의결 과정에서 이들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다면 이번 과징금 조정은 단순한 제재 완화가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와 법적 예측 가능성을 함께 확보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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