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센텀은 내줬다…부산은 안 내준다

김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11-01 22: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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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매출 6.9% 점포 정리하고 핵심 거점 집중…롯데의 역발상
신세계는 센텀, 현대는 서부산…관광객 393만명 시장서 새 삼국지
▲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롯데백화점이 부산 센텀시티점을 신세계에 넘기기로 했다.

센텀 상권에서는 사실상 경쟁을 접었지만 부산시장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가 센텀을 키우고 현대백화점이 서부산에 진입하는 사이, 롯데는 기존 거점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매각이 단순한 후퇴인지, 더 큰 도약을 위한 전략적 선택인지는 부산 유통시장의 새로운 경쟁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대표 정현석)은 지난달 29일 센텀시티점 자산을 신세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마무리된다.

롯데가 센텀에서 물러나는 이유는 숫자가 보여준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출은 1352억원에 그쳤다. 반면 바로 옆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2조26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격차가 약 17배에 달했다. 같은 상권에서 추가 투자를 이어가더라도 이를 만회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다.

그러나 부산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광복점·동래점·센텀시티점 등 4개 점포의 매출 합계는 1조9481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매각 대상인 센텀시티점의 비중은 6.9%에 불과했다.

센텀시티점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점포의 매출은 1조8129억원이다. 롯데는 부산 백화점 점포 한 곳을 정리하면서도 기존 매출의 약 93%에 해당하는 사업 기반을 유지하는 셈이다.

물론 매출 비중이 곧 수익성이나 자산가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센텀시티점 매각을 부산사업 전체의 축소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는 된다.

오히려 롯데가 주목하는 곳은 따로 있다.

서면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지난해 1조23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센텀시티점의 9배가 넘는다. 롯데는 이 점포의 전관 재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롯데몰 동부산점도 성장하고 있다. 2023년 6000억원이었던 연매출은 2024년 7000억원, 지난해에는 8000억원을 넘어섰다.

동부산점은 백화점과 업태가 다른 아울렛·복합쇼핑시설이어서 단순 합산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롯데가 부산에서 백화점 외에도 상당한 소비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매각을 결정한 정현석 대표의 이력이다.

정 대표는 과거 롯데몰 동부산점장을 지냈고, 아울렛사업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말 롯데백화점 대표에 올랐다. 부산의 관광형 복합쇼핑시설과 아울렛 사업을 직접 경험한 경영자다.

이러한 이력만으로 이번 결정의 배경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수익성이 낮은 백화점을 정리하고 관광·체험형 거점에 무게를 싣는 전략과 그의 경영 경험이 맞닿아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롯데에 부산은 단순한 유통시장도 아니다.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출범 이후 44년간 부산과 관계를 맺어왔다. 1995년에는 첫 비수도권 백화점인 부산본점을 열었다.

롯데자이언츠는 부산 시민과 롯데그룹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브랜드 자산이다. 올해 롯데백화점은 부산·울산·경남 7개 점포에서 롯데자이언츠와 연계한 쇼핑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야구단에 대한 지역적 애착이 백화점 매출로 그대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롯데가 부산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접점은 신규 진입 기업이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롯데가 부산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시장의 확장성이다.

부산의 인구는 약 323만명으로 감소 추세지만 관광 소비는 빠르게 늘고 있다. 부산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은 393만4876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지출액은 1조162억원에 달했다. 부산은 지역 주민의 소비에 의존하는 시장을 넘어 외부 관광 수요를 지속적으로 흡수하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롯데도 이러한 변화의 수혜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0%, 동부산점은 170% 증가했다.

외국인 매출의 증가율은 기저효과를 고려해야 하지만 관광객 확대가 실제 점포 매출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로 이 시장을 놓고 국내 백화점 3사의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신세계(대표 박주형)의 전략은 센텀 집중이다. 지난해 2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센텀시티점에 인수한 롯데 점포를 연결하고 인근 C부지 개발까지 추진한다.

호텔과 업무시설, 주거시설 등을 결합해 단순한 쇼핑시설을 넘어 관광과 체류 소비를 흡수하는 복합상권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대표 정지영)은 서부산을 겨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추진하는 '더현대 부산'은 연면적 약 20만㎡의 미래형 복합쇼핑시설이다. 백화점과 아울렛을 결합해 2027년 개장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커넥트현대 부산에 이어 서부산 신도시까지 사업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해운대 센텀시티, 현대백화점은 서부산의 신규 개발 상권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롯데의 전략은 이들과 다르다.

서면 부산본점에서는 도심 쇼핑과 외국인 관광 수요를 확보하고, 기장 동부산점에서는 관광·아울렛 소비를 확대한다. 광복점과 동래점은 원도심과 지역 생활권의 고객 접점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기적으로는 부산롯데타워도 변수다. 롯데가 중구 옛 부산시청 부지에 건설 중인 67층 규모의 타워가 계획대로 완공된다면 광복점과 함께 원도심의 관광·상업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부산롯데타워는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만큼 실제 완공 시점과 사업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

부산 유통시장의 경쟁은 신세계의 센텀 집중, 현대백화점의 서부산 선점, 롯데의 다거점 재편이라는 서로 다른 전략으로 전개되고 있다.

롯데의 선택이 흥미로운 이유는 경쟁의 방식을 바꿨다는 데 있다.

센텀시티에서 신세계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대신 이미 상당한 매출을 확보한 점포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기존 점포망과 롯데자이언츠를 통한 지역 브랜드 기반, 호텔·관광시설 등 그룹의 사업 자산을 활용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센텀시티점 매각대금과 처분손익, 매각 이후 투자자금 배분계획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롯데가 확보하는 재원을 다른 점포의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투입할지, 그 결과 영업이익이 얼마나 개선될지도 확인해야 한다.

신세계의 센텀 상권 장악력이 높아지고 현대백화점까지 서부산에서 신규 수요를 확보한다면 롯데의 기존 고객 기반이 잠식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번 매각을 롯데의 승리로 미리 평가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부산에서의 패배로 단정하는 것도 성급하다.

롯데가 포기한 것은 센텀시티점이라는 하나의 경쟁 거점이다. 여전히 부산본점과 동부산점 등 상당한 매출 기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부산에서 오랫동안 축적한 브랜드 자산도 남아 있다.

롯데의 승부수는 매각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에 있다.

센텀에서 한발 물러선 롯데가 부산본점과 동부산점, 원도심 사업의 경쟁력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 이번 선택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신세계가 규모를 키우고 현대백화점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동안 롯데는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는 길을 택했다.

부산 유통 삼국지의 승부는 이제부터다. 롯데의 한발 후퇴가 도약을 위한 움츠림이었는지는 남은 점포의 실적이 증명하게 된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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