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제한해도 처분권은 별개…잔여 지분 매각이 협상 지렛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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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일보·JTBC 사옥[연합뉴스] |
중앙일보 인수에 나선 다우키움그룹과 CJ가 사실상 동등한 지분으로 공동경영에 합의했지만 향후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홍석현 회장 측의 잔여 주식이 경영권의 최대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기존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더라도 주식 처분과 새로운 주주의 권리 행사까지 자동으로 차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5일 중앙일보의 유상증자 공시와 관련 법령,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이번 인수의 잠재적 쟁점은 홍 회장 측의 의결권 제한보다 잔여 주식의 처분권과 제3자의 의결권 취득 가능성에 있다.
중앙일보(박장희)는 지난 4일 다우기술(김윤덕), 사람인(황현순), CJ(손경식·김홍기), 신세계(박주형)를 대상으로 52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자가 완료되면 다우기술과 사람인은 각각 34.36%, 12.92%를 확보한다. 다우키움그룹 측 합산 지분은 약 47.28%다.
CJ는 33.53%, 신세계는 13.22%를 보유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존 지분 0.52%까지 포함하면 CJ·신세계 측도 약 47.27%를 확보한다.
두 진영의 보유주식 수 차이는 3462주에 불과하다. 사실상 동등한 지분을 나눠 갖는 공동경영 구조다. 반면 중앙홀딩스와 홍석현 회장 일가의 지분은 기존 80.75%에서 4%대로 희석된다. 중앙홀딩스의 직접 지분은 3.63%로 낮아진다.
이번 거래는 기존 주주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신주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중앙일보의 채무 상환에 사용하는 구조다. 따라서 당장의 목표는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다.
그러나 정상화 이후의 경영 방향까지 두 진영의 이해관계가 일치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동경영은 출발 당시의 이해관계가 같더라도 사업전략과 시장 환경이 달라지면 갈등을 겪을 수 있다. 실제 기업의 역사에서도 공동경영 체제가 단독경영으로 전환된 사례는 적지 않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2004년 LCD 패널 합작사 S-LCD를 설립했다. 삼성전자가 50%에 1주를 더하고 소니가 50%에서 1주를 뺀 구조였다. 그러나 시장 환경과 사업전략의 변화로 삼성전자는 2012년 소니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이 각각 50%를 보유했던 휴대전화 합작사 소니에릭슨 역시 2012년 소니의 지분 전량 인수로 단독경영 체제로 바뀌었다.
이들 사례는 공동경영이 반드시 실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지분 균형만으로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앙일보 역시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는 투자 확대, 사업 재편, 추가 자금조달, 경영진 선임 등을 놓고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주요 경영사항에 양측의 동의가 필요한 구조라면 어느 한쪽의 반대만으로 의사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사회 구성과 교착상태 해결 조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47대47의 지분 균형은 상호 견제 장치인 동시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경우 교착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홍 회장 측에 남겨진 4%대 지분이다.
앞서 조선비즈는 인수 컨소시엄이 홍 회장 측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대주주가 공동경영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상법상 의결권 제한과 주식 처분제한은 서로 다른 문제다.
상법 제335조는 주식의 자유로운 양도를 원칙으로 한다. 정관에 따라 이사회 승인을 요구할 수 있지만 주주 간 계약으로 정한 제한이 제3자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2022년 3월 31일 선고한 2019다274639 판결에서 주식 양도제한 약정이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고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다면 당사자 사이에서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합리적인 양도제한은 허용되지만 그 효력이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 사이에 미친다는 의미다.
홍 회장 측의 의결권만 제한하고 주식 처분권은 별도로 통제하지 않았다면 해당 주식을 취득한 제3자가 기존 의결권 제한을 승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잔여 주식은 다우키움과 CJ의 공동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의결권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문법상 지분 소유한도도 주목할 대목이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집단과 계열회사, 법령상 특수관계인이 일반일간신문 발행법인의 지분 50%를 초과해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다우키움그룹은 이미 약 47.28%를 확보할 예정이어서 단순 계산으로 추가 취득 여력이 약 2.72%포인트에 불과하다. 홍 회장 측의 4%대 지분을 전부 직접 인수하면 법정 소유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
반면 CJ그룹의 지분은 CJ올리브네트웍스를 포함해 약 34.05%, 신세계는 13.22%다. 두 기업집단은 별개이므로 개별 보유 비율만 보면 모두 추가 취득 여력이 있다. 다만 실제 소유한도는 특수관계인 범위와 거래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신세계는 독립적인 기업집단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인수에서 재무적투자자 성격으로 참여한 신세계가 홍 회장 측의 잔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고 CJ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양측 합산 지분은 50%를 넘을 수 있다.
가령 신세계가 4%포인트를 추가 취득하면 CJ·신세계 측 지분은 약 51.27%로 높아진다. 다만 실제 취득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지는 신문법상 소유제한, 특수관계인 규정,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달라진다.
CJ 역시 추가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세계만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그러나 다우키움과 달리 양측 모두 추가 취득 여력이 있다는 점은 향후 지분 경쟁에서 중요한 차이가 될 수 있다.
홍 회장 측의 주식 처분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우선 의결권만 제한하고 주식 처분제한 약정이 없다면 홍 회장 측은 다른 법적 제약이 없는 범위에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매수인이 의결권 제한을 승계하지 않는다면 공동경영의 균형이 바뀔 수 있다.
처분제한 약정이 있더라도 제3자에 대한 권리 승계 장치가 없다면 문제가 남는다. 계약을 위반한 주주는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질 수 있지만 그 사정만으로 제3자의 주식 취득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관상 양도승인 요건이나 처분금지가처분 등이 있다면 결론은 달라진다.
반대로 인수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이나 주식 처분에 대한 동의권이 적법하게 설정돼 있다면 잔여 지분의 외부 이전을 통제할 수 있다. 이 경우 홍 회장 측의 협상력도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홀딩스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채무자회생법 제61조에 따라 법원이 재산 처분에 허가를 요구하는 경우 관리인은 임의로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 없다. 따라서 중앙홀딩스 보유 주식과 홍 회장 일가의 개인 보유 주식은 구분해야 한다.
현재 공개된 공시와 보도만으로는 홍 회장 측의 처분제한 약정이나 인수자들의 우선매수권, 제3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승계 조건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지배구조에서 홍 회장 측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우키움과 CJ가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는 협력하더라도 향후 사업전략이나 주요 인사를 놓고 균열이 생긴다면 양측의 지분 동률은 새로운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때 홍 회장 측에 단순한 의결권 제한만 적용되고 실질적인 주식 처분권은 남아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어느 진영에 우호적인 주주에게 지분을 넘길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협상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매각에 나서지 않더라도 그러한 선택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양측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물론 이는 별도의 처분제한이 없고 회생절차 등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분석이다.
종합하면 다우키움과 CJ의 공동경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는 지분율보다 이해충돌을 해결할 계약상 장치에 달려 있다.
특히 홍 회장 측의 주식 처분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되지 않았다면 홍 회장은 경영권을 잃고도 잔여 지분의 매각 가능성을 통해 막후 영향력을 유지할 여지가 있다.
중앙일보의 새 주인은 다우키움과 CJ가 될 전망이지만 두 진영의 균열이 현실화할 경우 홍석현 회장 측의 4%대 지분이 다시 경영권의 향방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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